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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 치매오빠에 "빨리 죽어"라던 동생, 가족도움 받은뒤 "살아줘서 고마워"
작성자 관리자 보도일 2013-05-07 조회 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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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5/07/2013050700255.html

- 기사내용(원문)

[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 치매오빠에 "빨리 죽어"라던 동생, 가족도움 받은뒤 "살아줘서 고마워"
[4] 치매환자 둔 두 가족 사례해부… 치매의 짐, 나눠지면 가볍고 한명이 떠맡으면 '지옥'





▶ 치매오빠 돌보는 동생의 변화: 치매센터서 10주간 교육받으며 오빠 이해하게 되고 병 관리 배워… 남편 등 가족의 지원이 큰 힘




▶ 치매 시어머니 돌본 며느리의 비극: 19년간 가족 도움 없이 병수발… 자신도 극심한 우울증 시달려 상담 한번 못받고 극단적 선택






2년 전 정모(56)씨는 치매 환자인 친정 오빠(68)에게 "오빠 빨리 죽어"라고 말했다. 정씨는 지난 2007년부터 급성 신부전으로 쓰러진 뒤 혈관성 치매 진단을 받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오빠를 돌보고 있다. 이렇게 살아서 뭣하겠느냐는 생각으로 내뱉은 말에 오빠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정씨는 "오빠의 눈물을 보고 오빠를 막 대했던 지난날을 후회했다"며 "그날로 마음을 바꿔 먹었다"고 말했다.





오빠를 돌본 지 6년이 넘었지만, 오히려 정씨는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정씨는 치매 교육을 받고 무관심했던 가족과 친·인척들의 지지를 받게 된 덕분이라고 말했다.





본지 취재팀은 국립중앙치매센터에 의뢰해 정씨와, 치매를 앓고 있는 시어머니를 19년째 돌봤던 김모(47)씨를 각각 3시간에 걸쳐 심층 인터뷰했다. 이 자리에는 정신과 전문의, 간호학 박사, 정신보건전문 사회복지사 등이 참여했다. 국립중앙치매센터는 "두 가족의 상황은 180도 달랐다"며 "가족의 지원과 치매 교육 여부가 두 가족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2년 전 마음을 바꿔 먹기 전까지는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고 했다. 정씨의 오빠는 2001년 부인과 사별해 돌봐줄 이가 없었다. 2007년 정씨의 오빠는 치매 진단을 받았지만, 정씨는 급성 신부전증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게 된 오빠의 재활에만 신경 쓰느라 오빠의 치매를 잊고 있었다. 정씨는 "다른 질병이 더 크고 중요하게 느껴져 치매라는 병 자체를 무시하고 지나쳤다"고 말했다. 처방받은 치매 약을 6개월 넘게 먹이지 않기도 했다. 그사이 오빠의 치매 증세는 급속도로 악화됐다. 정씨는 "오빠가 똥오줌을 못 가리고 밤새 소리를 질렀다"며 "매일 전쟁을 치르는 심정으로 심한 욕도 하고 오빠를 꼬집어 뜯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옥 속에서 그녀를 구해준 건 치매 교육이었다. 정씨는 지난 2011년 3월 서울시치매센터에서 운영하는 10주짜리 치매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서울 중구치매지원센터에서도 교육을 받았다. 치매가 무엇인지, 치매 환자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정씨는 "오빠를 환자로 보지 않고 정상인으로 봤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했구나란 생각에 지난날이 후회됐다"고 말했다.





정씨 곁에는 가족도 있었다. 정씨는 "오빠를 집에서 돌보는 걸 반대했던 남편이 오빠에게 '사랑한다'며 얼굴에 입맞춤도 하고 운동도 시켜주면서 지지해줬다"며 "오빠 덕분에 가족들의 관계도 좋아져 살아준 오빠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이 모두 정씨 가족 같은 것은 아니다. 김씨는 19년 동안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70)를 모시고 살았다. 남편이 3남 2녀 중 둘째였지만 치매 환자인 시어머니를 모시는 것은 오로지 김씨 몫이었다. 알코올성 치매를 앓고 있는 시어머니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해치려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괴성을 질러댔다. 24시간 시어머니를 돌보느라 지쳐갔지만 김씨는 고통을 속으로만 삭일 뿐이었다.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다는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었다. 김씨의 사례를 분석한 국립중앙치매센터 측은 "김씨가 불우한 가정환경을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며 "본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우울증 증세가 극도로 심한 가면 우울증(masked depression)을 보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자택에서 시어머니와 아들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연탄불을 피워 동반 자살을 기도해 징역 1년 9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김씨는 지난달 초 본지 취재팀을 만나 "긍정적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곁에서 김씨를 돌봐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김씨는 결국 치매 환자인 시어머니를 친척집으로 보낸 지 사흘 만인 지난달 12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지원 분당 서울대병원 교수는 "치매 환자 가족들이 짐을 나눠지고 환자를 정성껏 돌볼 때 비로소 환자의 병세도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도원문(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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